멀리서 볼 땐 동화의 한 장면 같은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보잘것없이 초라해 보이는 것들이 있어.
그 이유는 실제로 그 대상이 초라하고 보잘것 없기 때문이 아니라 눈으로만 보고 담으려는 자기 자신의 욕심 때문인 경우가 많아. 눈은 변덕과 권태를 밥먹듯이 하는 인심 없고 속 좁은 내장기관이야. 지 마음대로 힐긋거리고 아니면 금세 외면해 버리고 말지.
그래서 사진을 잘 찍겠다는 열정만으론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없어. 여기서 말하는 좋은 사진은 단지 멋져 보이고 화사해 보이는 사진이 아니야. 내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타자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진, 그러한 사진이 정말 좋은 사진이고 잊혀지지 않는 사진이야.
어떤 사진은 수십장 수백장을 찍어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떤 사진은 우연히 찍은 사진 한 장이 참 멋져보일때가 있거든. 그 이유는 비싸고 좋은 카메라로 찍어서도 아니고, 좋은 필터를 착용하고 좋은 날씨에 찍어서도 아니고, 멋진 촬영 테크닉을 겸비해서도 아니고 섬세하고 감각적인 촬영 스킬이 있어서도 아니고 뛰어난 보정 실력을 가져서도 아니야.
내게 좋은,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진을 찍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어.
마음에 담는 것! 마음에 담는 연습이 필요해.
눈으로 보는 것 만으로 만족하는 세상은 금세 잊혀져 버려. 하지만 마음을 사로잡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소는 잊혀지지 않지. 추억을 간직한 곳이나 나의 땀과 노력이 깃든 곳이라면 그 어떤 배경도 그 어떤 사람도 내게 최상의 피사체가 될 수 있어. 그런 곳에서라면 좋은 날씨도 좋은 장비도 좋은 테크닉도 필요 없지.
잊혀지지 않는 공간이나 장소는 시선이 먼저 닿는 장소가 아닌 내 마음이 다가가고 싶어 하는 장소야. 그리고 다다랐다면 나란 존재를 잠시 잊어.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어떻게 보여지고 싶어 하는지를, 물체라면 무엇에 의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상상해봐. 그럼 그 존재의 영역에 이미 한 발자국 들어선거야.
TRY TO BE ;
보려 하지 말고 되려 해봐.
사진은 찍는게 아냐
마음에 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