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헤게모니 라는 말은 내가 단편 영화 프로듀서 일을 할 때 겪었던 에피소드에 관한 것이다.
서울에 종묘나 창덕궁, 선정릉 혹은 세종대왕릉 같은 곳을 관리하는 주체는 문화재청이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팀에서 일해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촬영을 하려면 문화재청에 별도로 촬영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것과 그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나온다.
견적이 크게 두 유형이다. 상업용이냐 비상업용이냐! 에 따라 가격이 나뉘어 진다. 비상업용이라하면 예를들어 대학이나 연구 기관에서 연구나 자료 수집 목적의 촬영이거나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작할때, 혹은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올리거나 소장하거나 하는 경우이고 상업용은 방송용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제작을 말한다.
그렇다면 영화제 출품 목적의 30분 미만의 단편영화나 독립영화는 상업용일까요 비상업용일까?
상법상 해석으론 비상업용에 들어간다. 왜냐하면 1차적으로 상업적으로 판매나 유통이나 영화관에 상영을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영화제 출품 목적으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요지를 반영하여 비상업용 목적의 촬영 계획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하면 반려가 된다. 왜냐하면 문화재청에서는 단편영화나 독립영화도 상업용 촬영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상업용이냐 비상업용이냐를 결정짓는 결정적 요소가 의외로 촬영 장소에 반입되는 촬영장비의 성격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문화재청 시각에서 방송용에서 쓰이는 커다란 카메라나 조명이나 소품등을 가지고 외부인이 들어온다는것 자체가 순수한 관람이 아닌 제작사가 촬영하기 위해 출입하는 것이라 보기 때문에(제작사 = 돈을 받고 제작하는 민간 단체로 인식)문화재청의 해석은 상업적 촬영인 것이다.
그렇다면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에 올리기 위한 촬영은 상업용 목적의 촬영일까 아님 비상업용 목적의 촬영일까?
요즘 자신의 소셜미디어나 유튜브에 업로드하기 위한 영상을 위해 기존 방송용 카메라와 조명을 설치하고 소품을 들여서 인력을 투입해서 통제하며 촬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 100명중에 1~2명 정도? 하지만 대부분 그냥 핸드폰으로 찍거나 미러리스나 소형 액션캠으로 촬영한다.
자 그렇다면 촬영계획서에 해당 장비 품목을 반영하여 비상업용 촬영 계획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하거나, 내용은 그대로 두되 성격만 상업용 촬영으로 변경하에 제출하면 어떻게 될까? 전자가 허가될 확률은 거의 100%이고 후자가 반려될 확률이 50% 정도다. 후자일 경우에는 문화재청 공무원이 확인차 유선으로 재차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문화재청뿐만 아니라 국립공원등, 지자체가 관리하는 곳에서 상업용과 비상업용을 판단짓는 요소가 카메라를 운영하는 주체의 성격과 카메라 장비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기존 촬영 방식과 레거시 미디어의 카메라 촬영 절차와 헤게모니에 근거한 해석이다.
한 사람씩 아이폰1대씩 10명이 10대의 아이폰으로 경복궁 주변 경관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짧은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도 문화재청 입장에서는 이들이 상업적으로 촬영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 카메라 촬영 관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게 웃기다는 것과 동시에 허무하다는 것이다. 소지품 성격이 강한 카메라는 상업용 카메라가 아니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상법상 상업적인 촬영이라는 것은, 가령 내가 "누군가에게 1차적으로 돈을 받고 촬영 및 제작해서 2차적으로 납품하거나 상영(판매)하는 행위" 로 보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자면 유튜브 촬영해서 내 채널에 업로드하기 위해 촬영하는 것은 상업적 목적의 촬영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굳이 상업용 촬영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으며 재차 물어볼 필요도 없다. 물론 하늘을 나는 드론 촬영은 다른 얘기다.
국립공원에서 개인에게 드론 촬영허가를 불허하는 이유도 유사한 맥락이라고 본다.
공익적인 목적의 비상업용 촬영을 하는 경우, 그리고 특정 기업이나 단체에서 정당하게 댓가를 지불하고 상업용 비행 촬영을 하는 경우가 아닌, 개인 주체의 비행 촬영 행위에 대한 인식 그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업용과 비상업용 행위에 포함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허가를 해줘야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 기존 카메라 해게모니에 따른 판단과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