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프레 ; ‘의상’을 의미하는 ‘costume’과 ‘놀이’를 의미하는 ‘play’의 합성어를 줄여서 표현한 일본식 용어다. 코스프레는 유명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모방하여 그들과 같은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며 행동을 흉내 내는 놀이로 일종의 퍼포먼스에 해당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코스프레 (대중문화사전, 2009., 현실문화연구) 일부 발췌/인용
어렴풋이 드는 어릴 적 기억이지만, 알고 지내던 동내 형의 말투와 행동과 몸짓을 따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중학교 때까진 그랬던 거 같다. 당시만 해도 꽤나 그 일은 멋져 보였다.
고등학교 땐 한창 유행하던 드라마의 대사를 따라 하곤 했다. 지금은 예전처럼 드라마를 즐겨보진 않지만 티비에 나오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하며 노는 일은 내겐 꽤나 큰 즐거운 일이었다. 마치 내가 제2의 연예인이라도 된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 룸메이트와 대화를 하던 중 예전의 습관처럼 내가 아닌 타인의 행동과 몸짓과 말투를 빌려 나를 표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던 적이 있다. 그걸 두고 한 친구가 며칠 뒤에 술을 마시며 얘기하길 그때 보았던 내가, 실제의 내 모습을 드러내는 건지 아니면 원래의 내 모습인데 자기가 인지를 못 했던 것인지, 여러모로 내 정체성에 의구심을 가졌다고 한다. 한편으론 재미있는 친구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알다가도 모를 4차원이라며 나에 대한 평가를 늘어놓던 옛 친구 얼굴이 떠오른다. (지금은 뭐하고 살지...)
그 이후로 문득 든 생각은... '어쩌면 사람은 타인에 대한 코스프레와 투영을 오고 가며 스스로의 인격체를 생존 환경에 맞게 변화시켜 나가는 것일지 모른다.'라는 사고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코스프레나 투영은 의도적으로 접근하자면 단순히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종의 역할극이나 놀이가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영역에서 보자면 실제 내가 아닌 거짓된 자아나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사랑을 하면서 사랑하는 척하는 코스프레를 한다든지, 위로의 말로 위로하는 척하며 위선을 저지르는 경우도 일종의 코스프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좋은 말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나쁜 마음을 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진심을 알다가도 모르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으면 이렇게 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지만 결정적으로 코스프레를 하지 말아야 할 부류가 있다면 정치인과 연예인 정도일 것이다. 특히 연예인 중에서도 연기자에게 아킬레스건이 있다면 그것은 작품 활동에 있어서 극중 캐릭터를 이해하는 척하는 코스프레 행위를 범하는 일이다.
캐릭터를 이해하는 건 영혼을 복사하여 나한테 갖다 붙여 투영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코스프레와 투영은 이러한 의미에서 엄격히 구분된다.
코스프레처럼 겉으로만 따라 하면 풍자나 희극으로 변절될 수 있지만 진심으로 내 마음속에 품고 투영하면 그것은 곧 진정한 연기로 태생됨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인생관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필요할 것이다.
가령 배우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슬픔과 분노와 우울을 앓아본 적이 없다 라면?
아마도 극중 캐릭터의 피폐한 삶과 그간 일어났던 사건의 개연성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오면서 오랫동안 슬픔과 좌절을 겪으며 지금까지 불행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잘츠부르크에 가서 행복한 표정을 머금고 도레미송을 부르며 애들을 가르치라고 하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물론 연습하면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눈가에서 드러나는 표정의 어두움은 쉽게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인생을 거꾸로 돌려 지금까지 없었던 경험을 잘라 붙여 편집할 수도 없을 노릇이니 우리에겐 관찰이 필요하다. 관찰이 되려면 가까이 다가가서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극중 캐릭터와 유사한 경험이나 추억이 없다면 그렇게 살아온 사람을 만나서 교감하고 소통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게라도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는, 나이나 성별이나 지역이나 사회적지위나 종교에 구분 없이 다방면의 사람을 만나 보라고 나는 우리 배우들에게 권하고 싶다.
특이한 사람, 이상한 사람, 수상한 사람, 웃긴 사람, 불행한 사람, 슬픈 사람, 기쁜 사람, 행복한 사람 등등 이러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인격체를 접해보는 것은 자신의 연기력을 향상시켜줄 좋은 소스이자 아이템을 찾는 일과 같다. 그래서 이는 단순한 코스프레를 뛰어넘어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매니저라는 직업을 코스프레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사람들을 만나고 프로필을 전달하고 "우리 배우 최고예요."라는 말을 당당히 입 밖에 꺼낼 수 있을까? 촬영 현장에서 케어하고 편히 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을까? 때론 배우가 잘못한 일도 내 탓으로 돌리고 내 책임으로 만들어 귀책사유를 면책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CEO라는 직책을 내려놓고 내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기나 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의 최고 덕목은 서번트 리더십이다. 서번트 리더십은 결코 코스프레로 완성할 수 없다. 그래서 뷘스엔터테인먼트의 매니저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인성이 바로 서번트 리더십이기도 하다. 스타일리스트 또한 마찬가지다.
-에필로그
자동차 튜닝의 철학 중에 이러한 말이 있다. "최고의 튜닝은 순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코스프레란 일종의 자신에 대한 튜닝과도 같다. 나를 치장하다 보면 내 스스로의 본래 존재가치를 알게 되고, 이후에는 더 뛰어난 순정을 갈망하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코스프레를 꿈꾸게 된다. 어쩌면 코스프레는 우리의 인생에서 진짜 나를 찾아가게 만드는 신의 선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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