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대한 추억과 회상, 특별함을 발견하고 슬로건을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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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대한 추억과 회상, 특별함을 발견하고 슬로건을 가져야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의 일이다. 리조트 골프클럽 경기팀에서 일하던 당시 캐디를 대신해 VIP 고객과 종종 라운드를 나가곤 했다. 오래전 기억이라 가물가물하지만 그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

 

@ coloradohiker, 출처 Unsplash

50대 중반의 중년 남성 4명이 골프장을 찾았는데 내기를 하고 있었다. 금액이 크지는 않았지만 마치 서열 다툼을 방불케 하듯 경기는 치열한 접전을 보였다. 그런데 경기 내내 표정이 좋지 못한 한 골퍼가 있었다. 말도 없었고 웃음기도 없었다. 분명 경기 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가 있는듯했다. 돈을 잃고 있는 것에 대한 자괴감 일수도 있고, 경기 시작 전에 평소 마음에 들지 않는 동료로부터 무시를 당했을 수도 있다.

 

 

@ Jessieman, 출처 Pixabay

나는 다양한 골퍼들의 인격을 관찰했다. 누군가는 영웅이 되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악인을 자처한다. 누군가는 희생하려 하지만 누군가는 타인을 희생시킨다. 매너와 겸손을 골프의 기본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에 모든 걸 위선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다. 화를 다스리려 하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에 분노를 터트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 fancycrave, 출처 Unsplash

그래서 골프는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어차피 프로골퍼가 아닌 이상, 그리고 돈내기를 하지 않는 이상 누가 게임에서 이기느냐는 실로 중요하지 않다. 그날 내가 무엇을 얻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경쟁의식을 과도하게 부추기지 않는 적당한 윈윈 관계의 골퍼와 친분을 유지하면 정서적으로 평온함을 얻는다. 

 

 

© jybaek,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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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관심은, 순수한 골퍼에게 쏠렸다. 다시 말해 특정한 비즈니스나 경기 외적인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순수하게 골프를 스포츠로 여길 줄 아는 자세를 지닌 아마추어 비즈니스맨 골퍼들에게 말이다.

앞서 언급한 남성 중 한 명은 돈내기가 아닌 순수한 내면의 스포츠를 즐기기를 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기 주변엔 그럴만한 성품을 가진 동료가 없었다. 매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동행할 수밖에 없었고 매번 인지부조화 현상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골프를 즐길 수가 없었다. 언제든지 상황을 바꿀 수 있었지만 당당하게 용기를 내어 자신의 속마음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했던 거 같다.

 

 

© huibscholten, 출처 Unsplash

나는 골프장에서 이런 내면의 병을 가진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봤다. 그래서 나는 매번 골프 = 스포츠임을 분명히 적시하곤 했다. 하지만 대다수 골프장은 여전히 '골프는 비즈니스다' 라는 슬로건을 앞세운다. 이러한 유행으로 인해 한때 골프는 스포츠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수단이 되어버렸다. 순수하게 골프를 즐기기 위해 골프장을 찾았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도박과 돈내기에 빠지더니 클럽의 명성을 더럽히기도 했다.

 

 

© fancycrave, 출처 Unsplash

좋은 골프장일수록 이너서클의 차별성이 부각된다. 회원들 스스로가 스포츠맨 정신과 품위를 갖추려 든다. 일종의 자격과 소속감을 가지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자면 회원관리가 잘 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부대시설을 활용하여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골프는 비즈니스다 라는 철학을 절대로 내비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골프장 주변의 조형물과 클럽하우스는 대단히 중요한 상징적 표상의 도구가 된다. 

 

 

© txr555, 출처 Pixabay

"관념적이고 추상적이지만 임팩트 있는 그 무엇! (슬로건이 주는 묘미)"

 

특별함을 찾는 일은 앞서 언급한 골퍼의 딜레마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특별함과 차별성을 찾지 못하면 혹은 그걸 발견하여 내 것으로 승화하지 못하면, 결국 다른 누군가의 프레임에 휩쓸려 버리게 된다.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분명한 캐릭터는 자신을 뛰어넘는다. 호소력 깊은 글은 솔직함에서 비롯된다. 감동적인 영화는 감수성을 지닌 사람만이 연출해 낸다. 진정한 프로 정신은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이겨낼 때 굳건해진다. -세레노J

 

특별함은 내면의 한계와 불편함을 기꺼이 넘으려 할 때야말로 발견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히 알지만 겉으로 드러낼 용기가 없다면 자신도 드러나지 않는다.